韓의료-ICT 업계 "개인정보 규제 개선·표준화" 한목소리

클라우드·빅데이터·AI 앞세워 스마트헬스 선도 나서


김승민 기자 입력: 2018/05/30 15:14 -- 수정: 2018/05/31 16:25 산업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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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스마트헬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병원 내부에 머물러있는 의료, 건강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데이터 분석, 활용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헬스클라우드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의료기관과 제약사, 의료기기사, 보험사 등 기업에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 정밀 의료를 위한 지능형 의료소프트웨어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의료업계와 ICT기업들은 이같은 시도들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정보 활용 기준을 제시해주는 법과 표준화 작업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29일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서울시 서초구 소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신성장산업 표준기반 R&D 추진전략 발표회’에 스마트헬스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국내 스마트헬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 중인 사업과 향후 기대되는 의료-ICT 융합 사업 모델, 표준화 전략 등을 소개했다.

안선주 국가기술표준원 국가표준코디네이터는 현재 표준 연구 개발 중인 ‘헬스클라우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헬스클라우드에 모인 의료, 건강, 유전체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의료기관, 헬스케어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환자마다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빠르게 전달하고 기존에는 없던 헬스케어 서비스들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코디네이터는 “향후 헬스케어 관련 기기와 플랫폼, 데이터 들이 헬스클라우드에서 초연결되면 인공지능(AI) 의사도 나올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선 AI 건강검진 로봇 샤오이가 의사면허를 따고 진료에 투입됐다. 앞으로 사람 의료진보다 저렴한 가격에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며 “당뇨병 측정기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당뇨병 여부와 혈당 농도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진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는 병을 미리 예방, 예측해 의료비를 줄일 수 있게 돕는 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유전체, 개인건강정보관리(PHR) 등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병원은 물론 제약사, 의료기기사, 보험사, 식품사 등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전달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의 목표다.

전국 39개 병원과 21개 기업, 기관이 컨소시엄을 꾸려 개발 중인 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은 제도적, 기술적, 경제적 문제를 고려해 분산형 방식을 따르고 있다. 데이터 원본을 사업에 그대로 사용하려면 개인마다 정보 제공 동의를 받고 비식별화해야 하지만 불가능한 까닭이다. 의료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병원의 데이터 포맷이 모두 다르고 각 데이터들의 가치 선정이 어려운 점 문제다.

최 MD는 “규제, 기술적 문제를 고려해 원본 데이터는 병원에 두고 병원에 공통 데이터모델(CDM) 포맷을 만들어 바이오빅데이터센터가 제공한 분석 소프트웨어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한다”며 “분석 결과만 사업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이 공통 데이터모델(CDM) 포맷을 구축하긴 어려우니 솔루션 기업 에비드넷이 대신 구축하고 병원은 지원 인력만 갖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분산형 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은 이미 사례가 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병원, 의료기관이 만든 협의체 글로벌 오딧세이(OHDSI)는 데이터를 분석해 약물 부작용을 검사하는 오몹(OMOP) CDM을 구축했다. 지난달까지 15억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최 MD는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약물 부작용 조사에 OMOP CDM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병원과 AI 스타트업이 협력해 정밀 의료를 위한 지능형 의료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시범사업으로 의료데이터와 이를 모아두는 의료 빅데이터 통합플랫폼이 핵심이다. 진료와 영상 자료, 유전체,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 분석해 8가지 심혈관·암·뇌 질환을 조기에 진단, 예측하고 치료를 보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스타트업 18곳과 함께 정밀의료 지능형 소프트웨 ‘닥터 앤써(Dr.answer)를 개발 중”이라며 “심뇌혈관질환, 유방암, 치매, 소아희귀난치성 등 개발하려는 소프트웨어마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셋 종류가 다르다. 사업을 완료한 후 다른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업에서 확보할 의료데이터는 AI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되는 학습자료가 될 수 있다”먀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의료 빅데이터 통합플랫폼에서 새로운 AI 의료서비스를 만들게 하는 것이 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 “의료데이터 사용·표준화 반드시 필요”


발표 현장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업모델의 전제 조건으로 개인 의료·건강 데이터 사용 허가와 표준화를 꼽았다. 국내 개인정보보법이 너무 엄격해 새로운 의료,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도 법에 걸려 시도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는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은 포지티브 규제로 디지털 헬스업계에선 사업적 시도가 어렵다”며 “정보보호 관련 가이드가 나오는 이유도 법이 바뀌지 않으니 예외를 만드는 것인데 가이드는 법적인 권한이 없다보니 사업한 후 소송이 걸리면 법원에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스마트헬스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의료, 건강 정보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지만 법을 개정해 인증 받은 정보은행이나 정보신탁 등이 개인정보를 관리·운용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인증제도는 2020년부터 도입된다.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처리한 익명가공정보의 유통을 허용하고 의료 정보 등 민감정보도 사전 동의 필수 등 강화된 기준을 만족하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박 대표는 의료기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의료데이터, 민감정보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스마트 의료기기는 병원에만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병원 외부에서도 의료 데이터를 생성해 의료 빅데이터와 AI에 제공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데이터가 휘발유 역할을 하며 선순환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서 관련 데이터가 합법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주거나 기존 법을 개정해줘야 한다. 정부부처마다 건강 데이터 규제 완화에 대해 각개 전투할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준화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빠르고 쉽고 안전하게 모을 수 있는 방법이자 의료산업과 ICT산업을 융합시키는 도구로 강조됐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스마트헬스 분야 표준이 인정받는다면 국내 의료소프트웨어나 의료기기 등 제품들이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안 코디네이터는 “스마트헬스 시대에서 모든 데이터와 시스템, 기기는 연동돼야 한다. 결국 상호 호환성이 중요한 데 표준이 있어야 호환이 가능하다”며 “헬스클라우드도 표준화가 필요하다. 사람이 살면서 한 병원 가는 것이 아니므로 여러 병원의 데이터가 모일 수 있도록 표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연구개발한 데이터, 서비스 등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도 표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 코디네이터는 국내 헬스클라우드 표준을 인정받기 위해 국제표준 기구에 제안했다.

김 교수 역시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표준은 정부부처가 협력해 범부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이 규제 개선하고 표준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병기 삼성서울병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디지털 헬스 시장은 사실 어려운 편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해외에선 표준 준수를 많이 요구한다”며 “스마트헬스표준포럼에서 표준 테스팅 시나리오와 인증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스마트헬스 관련 국책사업 참여 기업 대상으로 테스팅을 하고 연내 인증서 발급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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